영화 '한반도' 마지막 장면의 반전



영화 '한반도'는 그렇게 끝이 나는 듯 했다.
영화의 99% 까지는 진짜 국쇄를 되찾아 나라의 주권을 회복하고, 악역으로 보이는 권총리(문성근)가 패배하는 전형적이고 올바른 스토리 또는 나쁘게 말하면 결국 정의가 승리한다는 권선징악적 식상한 결말인 듯 했다.

그러나 영화의 마지막장면의 반전은 꾀나 인상깊었다.
영화가 거의 끝날 때까지 악역 또는 비겁한 매국노로 내몰리던 권총리, 그러나 영화의 마지막 장면 대통령(안성기)과 권총리의 대화를 빌어서 영화는 그 어느쪽의 편도 들어주지 않는다. 즉 대통령이 옳았다고도 권총리가 틀렸다고도 하지 않고 관객들 스스로의 판단에 맡겨 버린다.


총리 : 이겼다고 생각하십니까?

대통령 : 난 총리를 이기기 위해 싸워온 것이 아닙니다.

총리 : 난 이제 이 나라에는 아니 이 나라의 지도자 그룹에는 희망이 없다, 머지않은 장래 30년 이상 후퇴 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 스스로 떠나는 것입니다.

대통령 : 아직도 내가 생각하는 국가관이 위태로워 보입니까?

총리 : 각하께선 자신의 신념에 따라 최선을 다하신 거겠죠. 저 역시 제 신념엔 변함이 없습니다.

대통령 : 한 나라와 민족이 스스로 서겠다는 것이 그렇게 잘못입니까?

총리 : 나를 설득하려 하지 마십시오. 나는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 국민들중에 하나일 뿐입니다. 제2, 제3의 내가 나올겁니다. 그들이 나를 대신해서 대통령의 실수를 아니 실수라고 하기엔 너무나 큰 오판을 했다는걸 가르쳐 드릴겁니다.

대통령 : 그 친구들에게는 제2의 내가 제2의 최민재가 또다른 이상현이 나타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 줄 겁니다. 난 그렇게 믿습니다.

총리 : 역사는 현실입니다. 우리는 밥을 먹고 살아가야 하는 존재들이고 이 반토막의 한반도에는 그렇게 살아가야 할 국민이 사천팔백만영입니다. 나는 그 사천팔백만명의 현실과 생활을 위해서 나 자신이 지금 당장은 치사한 정치가가 되고 비굴한 매국노라 손가락질 당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신에게는 당신의 정치적인 이상과 고결한 신념을 지키는게 더 중요했겠죠.

대통령 : 권총리..권총리..


나라와 민족이 스스로 서겠다는 대통령의 뜻은 대체로 옳다. 더욱이 일본과의 군사적 대치상황이라는 극단적인 설정 속에서 일본에 타협하려는 권총리의 모습은 매국노로 보여지기 쉽상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영화에서 처럼 극단적인 상황이 아닌 국가 간에 일어나는 사소한 일 부터 여러가지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서, 힘의 논리로 지배되는 국제사회 속에서 항상 정치적 이상향을 추구할 수는 없다.
현실에 타협하지 않을 수 없는 국제사회 속에서 실제 지도자 그룹들은 대통령 보다는 권총리에 가깝고 또한 권총리에 가까울 수 밖에 없다.

즉 영화의 마지막 대통령과 권총리의 대화는 크게 보았을 때 이상과 현실의 대립으로 생각 할 수 있는데, 그것이 이상을 추구하였다고 해서 반드시 옳다고 할 수 없고, 현실과 타협했다고 해서 틀렸다고 말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좋아하는 장면인데, 자칫 그저그런 뻔한 영화로 흘러가려던 것을 마지막에 장면을 통해 의미심장하게 잘 살려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