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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하게 스며든 영화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영화는 느릿느릿하고 잔잔하다.
두 주인공 현빈과 임수정은 여느때와 다름없는 일상을 보네고있는 듯 하지만, 두 남녀는 몇시간 후 면 이별을 앞두고 있다. 마치 아무 일도 없는 듯 묵묵히 각자 할 일을 하고 있지만 집안곳곳엔 추억을 되살리는 것들이 가득하다.
다른 남자에게 떠나는 자신을 위해 짐을 싸주고, 커피를 내려주는 현빈, 항상 괜찮아라는 말을 하던 그의 모습에 임수정은 점점 화가 난다.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차라리 가지말라고 붙잡기라도 하거나 화를 냈다면 오히려 마음은 더 편했을지도 모른다.
한편, 이미 다른 남자에게 가기로 확실히 마음먹은 그녀에게 화를 내거나 때쓰기보다는 오히려 마지막까지 좋은 모습이라도 남기길 원하는 현빈의 모습에도 또한 공감이 간다.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행동하는 두 남녀 사이에 묘한 분위기만이 감돌 뿐이다.
영화는 제목처럼 사랑한다고 말하기도 그렇다고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애매한 관계에 있는 남녀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호불호가 분명히 갈릴 영화이다. 4점대의 낮은 평점이 그것을 말해준다.
영화는 확실한 결말도 혹은 명쾌한 해답도 없이 마무리된다. 화려한 비쥬얼과 깔끔한 결말의 영화에 익숙해진 사람이라면 좋아할 수 없을 영화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류의 영화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상당히 괜찮은 영화였다.
화려하고 스펙터클한 모습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이 영화는 단지 인생의 다른 한 면인 잔잔하고 심심한 모습을 잘 표현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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