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를 읽고
굉장히 오랜만에 포스팅을 하는 것 같습니다. 새해를 맞이하여 책도 많이 구입했고, 포스팅 해야할 것도 많이 있지만 년초부터 왠지모를 귀차니즘에 빠진것 같습니다. 오늘 작성할 독후감은 최근에 읽은 책 중 참 마음편하고 재미있게 읽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라는 책입니다.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비채)
저는 사실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나, 장르의 책만 즐겨 읽는, 책 편식이 심한 편입니다. 개인적으로 일본 작가의 소설을 거의 읽지 않지만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예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하면 역시 상실의 시대나, 해변의 카프카등 그의 소설이 가장먼저 떠오릅니다. 그의 소설들이 하루키 신드롬을 일으키며 그를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것인 이미 오래전의 이야기 입니다.
한편 그는 상당수의 에세이집을 발간하기도 했습니다. 이 책 역시 하루키의 에세이집으로, 하루키가 '앙앙(anan)'이라는 일본의 패션잡지에 연재했던 '무라카미 라디오'의 일 년 치 글을 묶은 것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들려주는 시시콜콜한 이야기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라는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역시 하루키 답네'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책에는 총 52편의 에세이가 실려있습니다.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라는 전혀 연관성 없어 보이는 이상한 제목은 사실 수록된 에세이 두편의 각각의 제목입니다. 원래 원서의 제목은 '커다란 순무, 어려운 아보카도' 였다고 하는데 그 제목 역시 수록된 에세이의 제목들 입니다.
하루키 본인이 책의 첫머리에서 어깨에 힘을 빼고 편안하게 읽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듯, 책은 굉장히 마음편하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일상적이고 사소한 내용의 에세이들로 가득합니다. 소설에서 처럼 화려한 비유나 치밀한 묘사는 보이지 않지만 담백하게 써내려간 글 속에 하루키 특유의 감성은 살아있습니다.
우선 책속에서 그의 일상이나, 식습관, 경험,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무라카미 하루키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되었다는 느낌입니다. 그가 이 책에서 들려주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 좋은 이유는,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것과 비슷한 기분이 들기 때문입니다. 친구들과 떠는 수다는 꼭 진지하거나 무거운 주제가 아니더라도, 가령 아주 실없는 소리이더라도 즐겁기 마련이죠.
채소의 기분을 헤아리고, 수동기어 차량을 잘 모는 여성을 매력적으로 생각하고, 맥주는 캔으로 마시는 것보다 병으로 마시는 것이 훨씬 더 맛있다는 등의 철학을 가지고 있는 하루키, 그가 이 책에서 들려주는 잡담들은 궤변으로 보여지거나 또는 그를 괴짜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지만, 읽다보면 '음... 그건 그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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