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샌델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읽고
2013년 계사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를 맞이하여 보다 의미있는 책을 읽고 싶었고, 또 그에대한 포스팅을 하고싶었습니다. 제가 2013년에 처음 읽은 책은 마이클 샌델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란 책입니다. '정의란 무엇인가'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 이 책은 제가 읽은 그의 두번째 책입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마이클 샌델 지음(와이즈베리)
정의란 무엇인가, 그리고 이 책 돈으로 살 수 없는것들이 그렇듯 마이클 샌델의 책은 항상 진지한 주제와 어려운 말들로 가득한 딱딱한 책으로만 보여지기 쉽상입니다. 그러나 제가 마이클 샌델의 책을 읽는 이유는 분명 진지하고 무게있는 주제를 다루는 것은 사실이지만, 재미라는 요소 또한 놓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하버드대 최고의 명강의로 손꼽히는 마이클 샌델의 강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하버드대 최고의 명강의로 손꼽히는 마이클 샌델의 강의 였다면, 이 책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의 내용은 2012년 봄학기 부터 MARKETS & MORALS 라는 이름으로 개설된 마이클 샌델의 최신, 최고의 인기강의 입니다.
마이클 샌델의 강의는 강의라기보다 토론회에 가깝습니다. 저는 물론 그의 강의를 직접들은 적이 없지만,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을 통해서 그의 강의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강의 대부분의 시간을 학생들 혹은 청중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듣는 것으로 진행해 나갑니다. 그는 각각의 논점의 포인트에 매우 적절하고 예리한 질문을 던짐으로서 학생들과 청중들이 스스로 생각하게 그리고 결국 올바른 결론에 도달하게 유도해냅니다. 이렇듯 청중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내는 점이 바로 마이클 샌델의 강의가 하버드대에서 최고의 명강으로 손꼽히는 이유가 아닌가 하고 생각해봅니다.
돈으로 어떤 것 까지 살 수 있을까?
과연 우리가 돈으로 어떤 것 까지 살 수 있을까? 앞서 마이클 샌델의 책이 재미있다고 말했던 이유는 우선 책속에서 주제와 관련된 다양한 사례들을 들려주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어 나갈수록 돈으로 이런것 까지 사고 판다는 것에 우선 놀라게 되었습니다.
돈으로 이런것 까지 살 수 있다
기여입학제도를 비롯하여 돈을 더 내면 줄을서서 기다릴 필요 없는 놀이공원 입장권, 멸종위기의 동물을 사냥할 권리를 파는 것, 자녀를 출산 할 권리를 파는 것, 돈을 내면 대신 사과해 주는 서비스 등 돈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사례들은 우선 흥미로움을 넘어서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은 점점 사라져 왔으며, 앞으론 더더욱 줄어들 것입니다.
시장지상주의, 효율성의 극대화
시장이 비시장적인 요소를 밀어내고 있는 현상들은 마음 한구석에 약간의 불편함을 발생시키지만, 상호간의 자발적 합의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면 서로에게 이득이며 경제학적으로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보여집니다. 가령 가난한 사람이 자신의 장기를 파는 행위는, 자발적으로 이루어졌다면 그 거래는 다른 한 생명을 살리고 가난한 사람 자신에게도 당장 돈이되는 서로에게 이득이되는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거래 일지도 모릅니다. 혹은 대학이 입학자격을 돈을받고 팔아서, 그 돈으로 다른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거나 더욱 수준높은 교육환경을 조성하는데 사용한다면 이것 역시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거래라고 볼 수 도 있습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가치의 변질과 퇴색
이러한 경제학적 논리들은 주로 공정성에 대한 반박이나 불평등에 대한 반박에 부딪히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공정성이나 불평등의 이유보다 마음 한구석의 불편함에 가장 주목해야 합니다. 시장이 비시장적 요소들을 밀어낼 때 생기는 마음 한구석의 불편함은 부패와 타락 그리고 가치의 변질입니다. 돈을 내고 사과를 하는 순간 사과의 의미는 퇴색되어 버립니다. 자녀의 출산권을 파는 거래는 서로에게 이득일지도 모르지만, 소중한 아이들 혹은 생명은 돈으로 사고 파는 물건으로 치부되어 버립니다.
자발적인 합의에 의한 거래라고 하더라도 성, 출산의 권리, 신체 장기 등을 돈으로 사고 팔아서는 안되는 이유는 그것들이 지니는 본래의 선한(고결한) 가치를 변질시키고 퇴색시키기 때문입니다. 가령 인간의 신체나 생명은 그 자체로 고귀하고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지 돈으로 사고파는 재화로 치부되어서는 안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줄을서서 기다리는 건전한 시민의식이, 돈을 더 내면 하지 않아도 되는 불편한 행동으로 치부되어서는 안됩니다. 이렇듯 마이클 샌델은 이 책을 통해서 '무엇이 정말로 소중한 것인가' 에 대한 물음을 던집니다. 이러한 물음은 더 나아가 '어떤 사회에서 살고 싶은가'라는 물음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이 보다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기를 바랍니다. 마이클 샌델의 주장은 비록 지극히 당연한 것이지만, 동시에 그것은 우리사회 구성원들이 가장 진지하게 고민하고, 논의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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