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극장' 예찬!

 

 

 

나는 티비(TV) 보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하루종일 티비만 보고 있어도 나쁘지는 않겠으나 사회생활을 하다보니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쉬는 날 친구들과 술 한잔을 기울이는 것은 역시 최고다. 그러나 그런 약속이 없다면 집에 가만히 누워 티비를 보는 것 또한 최고의 휴식이다. 옛날에는 티비를 '바보 상자'라고 불렀었다. 요즘에도 하루 온종일 티비만 보고 있는다면 세상물정은 전혀 모르는 바보가 될 것이 뻔하다. 그러나 티비를 아예 외면해 버릴 수 도 없는 것이 요즘 세상이다. 티비를 보지 않고서는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기가 쉽지 않은 세상, 티비는 유행과 트렌드 혹은 세간의 화제거리의 메카인 것이요, 더이상 옛적의 그 바보 상자가 아니더라는 것이다.

 

KBS 다큐미니시리즈 '인간극장'

 

아무튼 간에 티비 마니아인 내가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항상 화제의 중심에 서는 '무한도전'도 아니요, 항상 주말의 마무리를 웃음으로 책임지는 '개그콘서트'도 아닌 바로 '인간극장'이다.

 

인간극장은 2000년 5월부터 시작하여 15년동안이나 자리매김하고 있는 KBS의 장수프로그램이다. 5부작 연작 다큐니미니시리즈인 인간극장은 편수만 해도 4000편을 훌쩍 넘겼으니, 평소 인간극장을 즐겨보지 않는 사람들이라하더라도 인간극장 특유의 오프닝 음악에서 익숙함과 정겨움을 느낄 정도이다.

 

 처음부터 인간극장의 매력을 알고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필자 역시 보통의 요즘 젊은이들과 마찬가지로 화려한 스타들을 볼 수 있고, 또 세간에 화제거리가되는 예능프로그램이나 드라마를 좋아했었다. 뭐 그렇다고 지금은 싫어한다는 것은 또 아니지만.... 아무튼 본인은 인간극장이라는 프로그램에 별로 관심이 없었고, 본방을 챙겨볼 만큼 일찍일어나지도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주 가끔씩 한편 두편씩 보기시작했는데 그러던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 매니아라고나 할까!?

 

인간 극장 - 길 위의 청춘(2014.07.21 ~ 07.25)

 

신기한 일이다. 분명 오락성으로 치면 웃기기위한 목적으로 만든 예능프로그램을 따라갈 수 없을테고, 흥미진진하기로는 이리 비틀고 저리 비트는 요즘 드라마를 따라갈 수 없을 텐데, 인간극장을 보다보니 오히려 그런것들이 성에차지 않더라는 것이다.

 

사실 인간극장은 엄청나게 감동적이지도, 또 엄청나게 재미있지도 혹은 엄청나게 슬프지도 않다. 오히려 잔잔하고 심심하다. 바로 이런 삼삼한 매력이 인간극장이 가진 매력이 아닌가 한다.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예능프로그램이나 드라마는 철저하게 계산된 화학조미료 처럼 느껴진다. 사람들을 자극하기에는 훌륭한지도 모르겠으나 자연스럽지 못하고 부담스럽다. 반면 인간극장은 마치 자연에서 난 채소나 과일처럼 느껴진다. 덜 달고, 덜 짜고, 덜 새콤해서 부담스럽지않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인스턴트 식품, 화학조미료에 길들여진 어린 입맛이, 어른이 되면 점점 자연에서 난 재료 혹은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음식들을 찾게 되듯이, 내가 인간극장을 좋아하게 된 것은 어쩌면 나이가들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요즘은 다시보기 서비스가 좋아서 인간극장을 보기위해 아침일찍 일어나는 수고를 덜어주니 참 고맙다. 인간극장은 한편 한편 아무 생각없이 보다보면 거의 모든 시리즈가 저마다의 재미가 있다. 정말. 그러나 그중에서도 특히 재미있었던 편들을 조금 추천해 보자면, 복수박 장사를 하기위해 트럭 두대에 젊음을 건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은 [길 위의 청춘], 아일랜드 청년 킬리안과 한국 여성 인실씨의 결혼을 담아낸 [우리 결혼해요], 인천 화수부두에서 4년째 홀로 목선을 건조하고 있는 유동진씨와 그를 뒷바라지하는 아내 강영자씨의 이야기를 담은 [노인과 바다], 40년 동안 나훈아의 모창가수로 살아온 나운하씨의 이야기를 담은 [나훈아가 된 남자], 고진하 시인과 잡초 요리를 연구하는 그의 아내 권포근 여사의 이야기를 담은 [흔하고 귀하게, 잡초처럼] 등이 기억에 남는다. 인간극장을 즐겨보게된 것이 얼마 되지 않아서 대부분 2014년 혹은 2015년에 방영된 것 들이다.

 

모르긴 해도 역시 사람 살아가는 모습이 가장 재미있다. 우리들의 삶은 영화나 드라마처럼 극적이거나 화려하지 않다. 그렇기에 평범한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담은 인간극장이 나에게는 더욱 생생하게 느껴진다. 신기한 것은, 가족들이 모여서 밥을 먹고, 각자의 일터에서 열심히 일을하고, 아이들은 뛰어놀고... 이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담은 프로그램이 오히려 나를 더 따듯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비록 부유하지 않더라도 소박한 삶 속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고있노라면, 행복이란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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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7.27 11: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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