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화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을 읽고
늘 새로운 것들을 갈망하지만 결국 항상 곁에 있고 익숙한 것에서 편안함과 안식을 느끼는 것 처럼, 문뜩 책도 역시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새롭고 신선한 책은 아니지만 언제 꺼내어 읽어도 편안하게 저를 반겨주는 오랜 친구 같은 책 한권을 소개 할 까 합니다. 바로 류시화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이라는 책입니다.
여행과 명상을 통한 자기탐구의 길을 걷는 류시화
류시화에 대하여
네이버에서 '류시화'라는 이름을 검색하면 그는 시인으로 소개가 되고있지만, 시인이라는 한가지 단어로 그를 정의 하기엔 다소 어려움이 있습니다. 시와 시집 외에도 많은 작품을 출간하였고, 특히 수 많은 서적을 번역하였기 때문에 평소 어느정도 책을 읽으면서 그의 이름을 쉽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문학 혹은 출판업계와 관련된 엔터테이너 적인 활동 외에도 명상가, 여행가라는 단어도 항상 그를 따라다니는 수식어 입니다.
그의 대표 직업이라고 할 수 있는 시인으로서의 류시화에 대해 생각해보자면, 교과서에서 만날 수 있었던 과거의 걸출한 시인들 윤동주, 박목월, 조지훈 등 과는 달리 시인으로서 대중들에게 각인되기 쉽지않은 요즘같은 시대에 대중들에게 인지도가 있는 몇 안되는 시인 중 한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시(詩)는 마치 상업영화와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대중들에게 인기 있는 영화가 전문가들에게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처럼 독자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는 류시화의 시 역시 문단에서는 좋을 평을 받지 못하고, '대중의 심리와 세속적 욕망에 맞추어 쓴 시'라는 비평을 듣기도 합니다.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 류시화 지음(열림원)
인도여행 에피소드
장발에 덥수룩하게 기른 수염, 겉모습에서 풍기는 수행자적인 풍모 만큼이나 그는 여행과 명상을 통한 자기 탐구의 길을 걷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인지 주로 인도나 네팔, 티벳 등으로 여행을 떠나는데 이 책 역시 그가 수차례 인도 여행을 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모아놓은 것입니다.
인도에 대해서 소개 한다거나 인도 여행에 필요한 어드바이스를 주는 책은 분명 아닙니다. 인도 사람들의 마인드와 삶의 지혜를 배운다는 뭐 그런 부분은 제쳐놓더라도 이 책이 좋은 이유는 그냥 단순히 책이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2~3페이지 분량의 짧은 에피소드들이 수록되어있어서 언제 어디서나 짧게 짧게 읽기 좋습니다. 심심할 때 마다 이 책을 꺼내어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다시 읽곤 하는데 그럴 때 마다 '음 재미있군'하게 만드는 책이라서 참 좋습니다.
모든것이 공존하는 나라 인도
인도라는 나라는 참으로 불가사의 하고도 신비한 나라입니다. 인도는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다시는 오지않겠다며 떠나지만, 1년도 체 안되어서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나라라고 합니다. 인도에는 모든것이 있습니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고, 동물과 인간이 공존하며, 가난과 풍요로움이 공존합니다. 안락하고 편안한 여행을 생각한다면 인도는 결코 정답이 아닙니다. 오히려 인도 여행은 돈을 지불하고 고생을 하는 겪이죠. 더럽고 지저분한 위생상태, 거리에는 사람과 가축들이 뒤엉켜있고, 도처에 널린 구걸의 손길들, 호시탐탐 여행객을 노리는 장사꾼과 사기꾼들...
책의 마지막 부분 즈음에 류시화는 인도를 이렇게 표현하는데, 과연 책의 저자 답게 인도를 멋지게 표현해낸것 같아서 이곳에 옮겨 적습니다.
더럽고, 익살맞고, 황당하고, 고귀하고, 기발하고, 화려하다 인간의 모든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것들이 뒤범벅되어 마술처럼 펼쳐진다. 인도뿐 아니라 우리의 삶 자체가 그러하지 않은가.
또한 인도인들은 못났고, 가난하고, 마구 밀쳐대고, 불구자 투성이다. 고집세고, 낙천적이고, 기품있고, 성스럽고 때로는 슬플만치 삶에 대해 열정적이고, 동시에 베짱이보다 더 게으르다.
단순히 여행을 하면서 겪은 에피소드가 이토록 재미있을 수 있는 이유는 그곳이 바로 '인도'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 것 같습니다.
그저 각각의 에피소드의 재미에 녹아들다보면 어느새 인도라는 나라에 웃고, 인도 사람들의 재치에 감탄하고, 그들의 삶의 모습에 감동합니다. 저는 아직 한번도 인도를 가보지 않았지만, 이 책을 읽고,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인도의 매력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지를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합니다. 세계 어느나라보다도 '삶'이라는 것의 정취를 진하게 느낄 수 있는 곳,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시민들이지만 그들을 행복에 겨워 살게 만드는 그 무엇인가에 대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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