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지웅의 '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을 읽고

 

 

 

요즘 굉장히 많이 듣는 이름이 있다면 단연 허지웅이라는 이름입니다. 인터넷에도 허지웅, TV를 켜도 허지웅, 불과 몇 달 전에만 해도 허지웅이라는 사람의 존재 조차 몰랐는데 지금은 그 이름이 꾀나 익숙한 것 같습니다. 혜성처럼 나타났다고 말한다면 그 말은 조금 이상합니다. 제가 알든 모르든 그는 어딘가에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왔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허지웅이란 사람이 궁금해서 그의 책, '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이란 책을 읽었습니다.

 

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 - 허지웅 지음(아우름)

 

영화 평론가, 기자, 비평가, 작가, 방송인, 진보 논객등 허지웅을 나타내는 단어가 너무 많아서 사실 그가 정확히 어떤일을 하는 사람인지 잘 몰랐습니다. 그런 저에게 허지웅은 이 책을 통해서 이런 답변을 해주었습니다.

 

방송에 종종 불려나가고 있지만 글을 쓰지 않으면 건달에 불과하다. - 허지웅

 

허지웅은 매우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아마도 그 스스로는 글을 쓰는 일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책 내용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샀는데, 읽어보니 이 책 야설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남자인 저야 당연히 싫지 않습니다(므훗). 허지웅이란 사람에 대해 알고 싶어서 산 책인데, 책을 읽을수록 점점 허지웅은 온데간데 없고, 개포동 김갑수씨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됩니다.  

 

요즘 대세라고 불리는 허지웅

 

책을 관통하는 줄거리는 개포동 김갑수씨의 연애사입니다. 김갑수씨가 이런 저런 여자를 만나고 잠자리를 갖는 내용이죠. 책속에서 허지웅은 이야기의 전달자 역할으로 등장합니다. 김갑수씨는 마치 괴물과 같이 연애를 합니다. 연애귀신이라도 씌였는지 끊임없이 여자를 만나고, 자고, 헤어지기를 반복합니다. 문어발식 연애는 물런이고, 유부녀와의 잠자리, 공공장소에서의 섹스 등 김갑수씨의 연애사는 대단함을 넘어서 난잡하기까지 합니다. 분명 아름답고 고귀하다기 보다는 저열하고 추하다는 쪽에 가깝겟죠.

 

하지만 갑수씨는 누구보다도 솔직한 사람이었습니다. 영화나 예술작품과 같은 고결함과 아름다움은 아니지만 그는 우리가 사는 세상에 넘쳐나는 더럽고 추한 모습들을 외면하지 않고, 오히려 더러움 안에 뛰어들어 뒹굴었으며 즐거워했습니다. 이런 김갑수씨를 허지웅은 '세상에서 가장 사려깊은 괴물'이라고 표현 합니다. 추하고 일그러지고 상처받은 세상을 그대로 받아들인 사나입니다.


 

책 속에서 간간히 인터미션이라는 부분을 통하여 허지웅 자신의 이야기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는데, 그부분들이 참 좋았습니다. 공감이 가는 문장이 있어서 잠시 인용합니다.

 

그러나 세상은 한 치의 의혹 없이 존재하거나 투명하게 설명될 수 없는 거대하고 허무맹랑한 서사다.

 

사람들은 대게 어떤 사람이나 세상의 일들을 간단한 몇 문장으로 요약하거나 이렇다 혹은 저렇다로 딱 잘라서 정의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어디 우리가 사는 세상이나 한 인간의 삶의 모습들이 흑 과 백의 바둑 돌 처럼 깔끔하게 정의 되는 것 이겟습니까. 허지웅 그의 표현이 참 예리하고도 정확한 것 같아서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이었습니다.

 

책을 읽기 전에 허지웅에 대한 저의 생각은 그랬습니다. 사회 문제들이나 이슈에대해서 지적하고 나서기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어쩌면 그게 맞을 지도 모릅니다. 허지웅은 매우 현명하고 똑똑한 사람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는 우리의 사회나 우리의 삶에 대하여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 책을 읽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에게 호감이 갑니다.

 

소설 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은 어떤이에게는 그저그런 삼류 야설로 분류될 수 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오랜만에 읽은 호기롭고 유쾌한 소설이었습니다. 또한 유쾌하게 읽었으나 생각에 잠기게도 만든 소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