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읽고 

 

 

 

정확한 년도는 기억나지 않지만 약 십여년 전, 제가 학생일 때 읽었던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에 대한 느낌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단지 조금 재미있는 소설이었다는 기억 밖에는... 동화같은 소설이라서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탓인지 그동안 '연금술사'를 다시 꺼내 읽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예전에 읽었던 책들을 다시 읽어보는 것에 재미를 느껴서 이 책도 다시 읽어 보았는데, 이렇게 성인이 되어서 이 책을 다시 읽어보니 단순히 '재미있다'라는 표현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깊은 울림을 느끼고 이렇게 독후감을 적게 되었습니다.

 

연금술사를 통해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오른 파울로 코엘료

 

파울로 코엘료와 연금술

연금술사는 작가 파울로 코엘료(Paulo Coelho)의 처녀작은 아니지만 그를 세계적인 작가로 급부상시킨 작품에는 틀림없습니다. 연금술사라는 작품 못지않게 파울로 코엘료의 삶 또한 인상적입니다. 그는 어린 시절 부터 작가가 되는 것을 꿈꿔왔지만 집안의 반대가 심했습니다. 히피문화에 심취한 청년시절을 보낸 파울로 코엘료는 록 음악 작곡가, 극작가, 연극 연출가,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소설가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는 않았습니다. 1986년 그는 유명 음반회사의 중역을 포함한 모든것을 내려놓고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순례를 떠나게 됩니다. 당시 38세이던 그의 나이를 고려해보면 실로 대단하고 용기있는 결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순례는 코엘료의 인생에 있어서 큰 전환점이 되었으며, 순례를 계기로 그는 문학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파울로 코엘료는 과거에 실제로 연금술에 심취해 있었다고 합니다. 그는 연금술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고 또 연금술사라 자칭하는 사람들을 쫒아 다니기도했지만 결론적으론 아무런 소득이 없었습니다.

 

순례를 떠난 그 이듬해인 1988년 '연금술사'라는 소설을 출간한 파울로 코엘료는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그는 납덩이를 금으로 바꾸는 연금술에는 실패했지만, 자아를 실현하는 삶의 연금술에 있어서 만큼은 성공한 것 같습니다.

 

연금술사 - 파울로 코엘료 지음(문학동네)

 

연금술사의 줄거리

주인공은 안달루시아 초원에서 양떼를 돌보는 치는 양치기 산티아고입니다. 여담이지만 산티아고라는 이름은 양치기와 정말 잘 어울리는 이름인 것 같습니다. 어느날 산티아고는 버려진 낡은 교회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됩니다. 지붕은 무너진 지 오래였고, 성물 보관소 자리에는 커다란 무화과나무 한 그루가 서있는 낡은 교회였습니다. 이야기는 바로 이 낡은 교회에서 시작해서 교회에서 끝이 납니다.

 

낡은 교회에서 하룻밤을 묵으면서 산티아고는 지난번에 꿨던 꿈과 똑같은 꿈을 다시 꾸게 됩니다. 꿈은 어떤 아이가 산티아고를 이집트의 피라미드로 데려가더니 '이곳에 온다면 보물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암시하는 내용이었 습니다. 그러나 단지 똑같은 꿈을 두번 꾼 것 만으로 이집트까지 몸을 내던지기는 쉽지않은 일이죠. 보물을 찾는 것을 포기하려는 산티아고의 앞에 살렘이라는 곳의 왕 멜키세덱이라는 노인이 나타나서 산티아고가 보물을 향한 여정을 시작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그렇게 해서 산티아고의 이집트 피라미드를 향한, 결코 만만치 않은 모험이 시작됩니다.


 

자아 신화의 연금술

소설은 시종일관 서로 대립되는 것들의 배치를 보여줍니다. 단지 물과 먹이만 있다면 어디든 상관이 없는 양들의 수동적인 모습과 꿈을 가지고 하고싶은 일을 해나갈 수 있는 주인공 산티아고의 능동적인 모습을 대비적으로 보여주었고, 불확실하고 위험도 따르는 보물 혹은 꿈을 찾아 떠나는 여정과 안정적이고 익숙한 양치기로 살아가는 삶을 대비적으로 보여주기도 합니다. 또한 배로 두시간이면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는 산티아고의 고향과 수천킬로미터나 되는 사막을 횡단해야하는 이집트 피라미드로 가는 험난한 여정을 대비시키기도 합니다. 이와같은 대비는 결론적으로는 익숙하고 안전한 현실에 안주하는 수동적인 삶의 모습과 불확실하고 불안하지만 꿈 그리고 자아실현을 향해 달려가는 능동적인 삶의 모습의 대립입니다.

 

소설속에서 특히 자주 등장하는 말이 몇가지 있는데 첫번 째는 바로 '자아의 신화'라는 말입니다. 자아의 신화는 쉽게 말하면 가슴이 뛰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우리는 저마다 가슴 한켠에 이루고 싶은 꿈이나 목표 혹은 원하는 삶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다만 약간의 돈과 안정성이라는 현실과 타협한 체 살아갑니다. 진정으로 가슴뛰는 삶을 사는 사람은 보기 힘듭니다. 소설 속의 산티아고 역시 양을 돌보는 일에 익숙해져서 양치기 일이 자신이 좋아하는 삶이라고 자기 위안을 하며 살아가지만, 사실은 양치기라는 직업은 현실과 타협해서 얻어낸 대안일 뿐, 진정한 자아의 신화의 삶은 아니었습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안정적이고 안전한 현실에 안주라는 유혹을 뿌리치고 막연하고 불확실한 꿈을 향해 달리는 삶은 살아간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꿈을 향해 자아 신화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그 어떤 표지들이 그들을 도와 줄것입니다. 바로 이 '표지'라는 단어 또한 소설속에서 매우 자주 등장하는 단어입니다. 산티아고는 결국 여러 표지들의 도움을 받아 보물을 찾아내게 됩니다. 그러나 그 표지들을 산티아고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은 산티아고가 자아 신화의 삶을 살기를 택했기 때문이며 양치기로의 삶을 택했다면 전혀 알아볼 수 없었을 것입니다.

 

산티아고는 결국 보물로 엄청난 금화를 얻게됩니다. 양치기로의 삶을 택했다면 아마 평생을 일해도 모을 수 없을 만큼의 부를 얻은 것입니다. 그러나 산티아고가 진정으로 얻은 보물은 자아 신화의 삶을 사는 삶의 연금술을 배웠다는 것 일 것입니다. 금화는 그저 덤으로 얻은 것일 뿐입니다. 마치 자신이 좋아하는, 하고싶은 일을 하며 살았더니 부와 명예는 저절로 따라왔더라는 말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