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의 '미움받을 용기'를 읽고

 

 

 

쉽게 말하자면 요즘 가장 핫(HOT)하다고 할 수 있는 책을 한권 읽었습니다. 서점가에 불어닥친 아들러 열풍에 동참하기 위함은 아니었고, 저는 단지 다분히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 주고 또한 호기심을 자아내게 만드는 인상적인 제목에 끌린 것 이었습니다. 제가 이번에 읽은 책은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입니다. 책을 사기 전 부터 저는 이 책의 제목을 보고 '미움 받을 용기'라는 것은 어떤 의미 일까?에 대해서 혼자 생각해보곤 하였고, 또 그것을 확인하고 싶기도 하였습니다.

 

아들러 그는 누구인가?

요즘에야 아들러라는 이름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지만, 불과 1~2년 전만 하더라도 아들러라는 이름은 사람들에게 생소한 이름이었음에 틀림없습니다. 심리학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저와 같은 대중들은 사실 프로이트나 융에 대해서도 잘 모르기는 매 한가지이겠지만, 그 중에서도 아들러는 가장 낯선 인물 일 것 입니다.

 

1878년 오트리아 빈에서 태어난 헝가리계 유대인 '알프레드 아들러'는 지그문트 프로이트, 칼 구스타프 융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현대 심리학의 3대 거장으로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미래지향적이고 긍정적 사고를 강조하는 '개인 심리학'의 창시자이기도 합니다.

 

빈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한 그는 원래 의사의 길을 걸었으나, 빈정신분석학회라는 수요 모임에 참가하게 되고 그 모임을 이끌던 프로이트의 연설을 계기로 심리학에 발을 들여놓게 됩니다. 하지만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는데 쾌락과 성적 충동을 중요시한 프로이트의 이론에 아들러는 의문을 품고 대립하게 되고, 결국 프로이트를 떠난 아들러는 용기와 열등감 극복을 강조하며 새로운 심리학을 개척해 나갑니다.

 

쉽게 요약하자면 '과거가 사람을 움직인다'는 프로이트에 대항해 아들러는 '사람은 현재의 목적을 위해 움직인다'라는 목적론을 주장하며 적대적 라이벌 관계를 유지하였던 것입니다.

 

'용기의 심리학'으로 불리는 아들러의 심리학

 

책의 구성

이 책은 당연하게도 알프레드 아들러가 쓴 책이 아닙니다. 공동 저자 중 기시미 이치로는 일본의 철학자이고, 고가 후미타케는 프리랜서 작가입니다. 저자들의 말을 빌리면 그 옛날 소크라테스의 사상을 기록으로 남기고 설파한 것이 그의 제자 플라톤이었던 것 처럼 이들 역시 이 책을 통하여 아들러에게 있어서 플라톤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자 하였습니다.


 

이 책은 심리학 서적 답지않게 쉽게 읽히고 술술 잘 넘어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아들러의 심리학이 쉽기 때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마치 락스를 물에 희석시켜서 사용하듯이 저자는 아들러의 심리학을 대중들이 받아들이기 쉽도록 적절한 농도로 희석시켰을 것입니다. 또한 청년과 철학자의 대화로 이루어지는 책의 구성 역시 탁월하다고 생각됩니다. 아들러의 사상을 대변하는 철학자, 그리고 아들러를 모르는 보통의 사람들을 대변하는 청년의 대화는 매우 흥미진진합니다. 특히 책에서 청년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 아들러의 심리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이해가 되지않는 부분이나 반론의 여지가 생기는 부분에서 적절한 반응을 표하고 반박들을 제기함으로서, 그와 비슷한 반응 혹은 의문을 가졌을 독자들의 생각을 적절하게 대변하고 있습니다. 청년은 곧 아들러 심리학을 이해하는 길의 안내자인 샘입니다.

 

미움받을 용기 - 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 지음(인플루엔셜)

 

미움받을 용기

아들러의 심리학이 이론적으로 완벽한가에 대해서는 저는 잘 알지 못합니다. 아마 전문가라 하더라도 쉽게 판단하기는 어려운 부분일테죠. 분명한 것은 책을 읽으면서 아들러 심리학에 많이 공감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부분이 많았다는 것이죠. 이것은 책의 인기비결이기도 합니다. 즉, 아들러의 심리학이 설득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트라우마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아들러의 심리학은 긍정적이고 희망적입니다. 가령 누군가가 불행하다면 그것은 과거의 특정한 사건이나 환경 때문이 아니라 용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아들러는 말합니다. 얽매여 있는 과거에 대한 원인분석에 초첨을 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개선 여지와 발전의 가능성에 초점을 둔 것 입니다. 마치 트라우마에 관한 이론이 과거에 얽히고 설켜있는 매듭을 풀어내는 것에 집중했다면, 아들러의 심리학은 그 매듭을 단 칼에 끊어버리는 조취를 취합니다. 그리고 매듭을 끊어내는 칼은 바로 '용기'입니다. 그래서 아들러의 심리학은 '용기의 심리학'이라고 불립니다.

 

아들러 심리학에서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보다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방법으로, 인상적이고 탁월한 이 책의 제목 '미움받을 용기'라는 말이 등장합니다. 미움받을 용기의 핵심은 타인의 평가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입니다. 즉, 남에게 잘보이기 위한 삶 혹은 남에게 미움받을 것을 두려워하는 삶이 아닌 진정한 자신의 인생을 사는 것입니다.

 

만약 내 앞에 '모두에게 사랑받는 인생'과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 인생'이 있고, 이중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 한다고 치세. 나라면 주저하지 않고 후자를 택할 걸세. 남에게 어떻게 보이느냐보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싶으니까. 즉 자유롭게 살고 싶은 거지.

 

아들러는 '같지는 않지만 대등한관계'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인간관계를 세로축이 없는 평평한 공간을 걷고있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즉 나이가 많고 적음, 직위의 높고 낮음, 남자와 여자 따위를 넘어서는 존재 자체로서의 대등함입니다. 인간관계를 수평적으로 보는 이러한 시각은 미움받을 용기에 힘을 실어줍니다. 우리는 모두 대등한 존재이기 때문에 자신의 소신에 따르는 삶을 살아갈 권리와 자격이 있는 것입니다.

 

아들러의 심리학,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아들러는 어쩌면 이상적일지도 모르는 이론을 제시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아무리 이상적으로 완벽 할 지라도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면 망상에 불과합니다. 모두가 '예'라고 말하는데 혼자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은 여전히 힘든일이며, 직장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대로만 밀어붙이기란 여전히 어려운 일입니다.  

 

이 책을 읽고, 가령 '지금부터 남의 눈치 보지않고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고 살거야'라고 극단적으로 마음 먹는 다면 이 책은 약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아마 독으로 사용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책 혹은 아들러의 심리학은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것 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결국 밥을 먹고 살아가야하는 존재이긴 합니다. 현실을 외면 할 수는 없다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이 책 혹은 아들러 심리학을 극단적으로 혹은 전적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이상과 현실이 절묘하게 균형을 이루는 접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루아침에 모든것을 변화시키겠다라는 자세가 아니라, 아주 사소한 것에서 부터 출발하는 겁니다. 아주 사소한 것에서 부터 소신에 따르는 삶을 실천해 나가는 것입니다. 마치 아기의 걸음마와도 같은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길에는 아들러의 심리학이 마치 북극성 처럼 길라잡이가 되어 줄 것입니다. 그렇게 한걸음 한걸음 걸어가다 보면 우리의 삶 또한 조금 더 자유롭고 조금 더 행복해 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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