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로 코엘료의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를 읽고

 

 

 

2015년 청양의 해 도 여지없이 줄기차게 흘러가고 있습니다만, 이제서야 첫 포스팅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 작성할 독후감은 파울로 코엘료의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라는 책입니다. 이 책은 올해 들어 가장 처음으로 읽은 책은 아니지만, 읽은 책들 중에서 가장 독후감을 작성하고 싶게 만든 책이긴 합니다. 2015년의 첫 포스팅 감으로도 손색이 없는 것 같습니다.

 

작가의 유명세 때문인지 몰라도, 파울로 코엘료의 책은 몇권 읽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읽은 것은 이전에 독후감을 작성한 '연금술사' 단 한권이 전부였습니다. 다행스럽게도 그의 책 몇권이 집 책장에 놓여있긴 해서 저는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를 집어들었습니다.

 

적당한 분량이 마음에드는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파울로 코엘료의 책은 읽기 전 부터 마음에드는 구석이 있는데, 적당한 소설의 분량과 다른 책들보다 비교적 작은 책 사이즈를 항상 고수 한다는 것입니다(제가 알기로는). 그것이 의도적이든 우연이든 간에 저는 참 마음에 듭니다. 크고 두꺼운 책들 앞에서 저는 책을 읽기 전부터 이미 전의를 상실해 버린 듯 한 피로감을 느끼곤 했는데, 코엘료의 책들은 적당한 분량 덕분에 지지치 않고 읽어 나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 파울로 코엘료 지음(문학동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의 줄거리

죽기로 결심한 베로니카는 세들어 살고 있는 수녀원의 방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난방을 끈 다음, 이를 닦습니다. 그리고 침대에 누웠습니다. 탁자위에 놓여있는 네통의 수면제를 한알 한알 집어삼킵니다. 한번에 으깨어 물에 타서 마시지 않은 까닭은 언제든 마음이 변하면 그만두기 위해서 였습니다. 그러나 마음은 점점더 확고해져 어느새 네통은 수면제는 바닥이 났습니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프랑스 잡지를 읽으며 잠이들기를 기다리던 베로니카는 자신의 조국인 '슬로베니아'는 어디에 있는가? 라는 기사를 보며 분개하고 자신의 생의 마지막 과업으로 자신의 조국인 슬로베니아가 어디있는지도 모르는 잡지사에 항의하는 편지를 남기기로 합니다.

 

한편, 베로니카가 눈을 떳을 때 그곳은 천국도 지옥도 아니었습니다. 그녀의 양팔은 묶여 있었고 입과 코에는 플라스틱 튜브들이 연결되어있었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녀가 실려온 곳은 '빌레트'라는 슬로베니아의 유명한 정신병원 이었습니다. 다시금 잠에서 깬 베로니카는 다른 병실로 옮겨져 있었고 튜브들은 제거되어있었습니다. 그녀는 의식을 되찾았지만 과량의 수면제 복용의 부작용을 피할 수 는 없었습니다. 의사는 그녀의 심장이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었다고 말했고, 그녀에게는 이제 길어야 일주일 남짓의 시간이 남았을 뿐 이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그녀는 정신병원에서 죽을 날짜를 받아 놓은 것입니다.


 

베로니카가 죽기로 결심한 이유

주인공 베로니카가 자살을 결심한 이유는 소설의 곳곳에 등장합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자살에 실패하고 살아남은 베로니카가 앞의로의 자신의 인생은 내다보는 듯한 독백을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 기계적으로 일하고, 텔레비젼을 켜서 매번 똑같은 프로그램을 보고, 때로는 남자를 유혹하기 위해 술집을 전전하고, 엄마의 잔소리에 마지못해 자신을 사랑하는 적당한 남자와 결혼해서 아이들을 낳고.....

 

베로니카가 그저 담담하게 이야기해 나가는 삶의 모습은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보입니다. 어쩌면 이상적이다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평범하고 보편적인 여성의 삶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그 속에서 아무런 설레임도 흥분도 느낄 수 없는 무미건조함을 떨쳐버릴 수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우리를 여전히 행복한 부부로 여기겟지. 하지만 그 행복의 겉껍질 안에 숨겨둔 고독, 회한, 체념은 아무도 모를거야'

 

이렇듯 그녀의 긴 독백은 가슴 뛰는 일 없이 그저 형식적이고 무미건조한 삶에 대한 회의가 잘 드러나는 부분이었으며, 베로니카가 자살을 시도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정신병원에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여자

살아있을 날이 몇일 남지 않은 것과, 그 장소가 정신병원 안이라는 상황은 베로니카를 두려울 것 없이 용감하게, 그리고 사회적 굴레나 관념에 얽매이지 않게 만들기 충분 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몇일 뒤면 죽을 베로니카는 두려울 것이 없었고, 마음가는대로 행동하여도 정신병원 안이기에 아무도 이상하게 여길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두려울 것이 없고 자유로워진 베로니카는 그것이 단지 몇일에 불과 할 지라도, 진정한 자신의 삶을 맛보게 됩니다. 베로니카는 자신을 조롱하는 사람의 뺨을 후려 갈깁니다. 빌레트 밖의 순종적인 그녀에게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습니다. 또한 억누르고 있던 자신의 감정에 마음을 내던져버리기도 하고, 그녀에게 내재된 재능을 끌어올려 피아노 연주를 하기도, 그리고 증신분열증인 남자 앞에서 알몸으로 자위를 하며 자신의 숨겨왔던 성적 판타지를 충족시키기도 합니다.

 

베로니카 살기로 결심하다

죽기로 결심했던 베로니카는 아이러니하게도 죽음과 가까워질수록 삶에 대한 애착이 샘솟는 것을 느낍니다. 자신이 죽게 될 것을 자각함으로서 그제서야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이해하고, 진정한 자기 자신의 삶을 살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영악하게도 코엘료는 놓치지 않습니다. 죽음에 대한 자각이 있건 없건, 그곳이 정신병원의 울타리 밖이건 안이건 상관없이 모든것을 관통하는 요소에 대하여......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

 

이제 자신의 열정과 자신의 삶에 모든것을 내던지는 베로니카와 그녀에게 찾아 온 사랑, 이제 더이상 그녀가 죽기로 결심할 이유가 있을 까요? 죽기로 결심했다는 책의 제목이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마치 '살기로 결심했다'라고 느껴지는 듯 합니다.

 

이 작품은 코엘료의 대표적인 작품인 연금술사와 많이 닮아있으면서도 또 조금은 다른 느낌의 소설이었습니다. 두 소설을 관통하는 공통된 주제는 무미건조하고 열정 없는 삶에 대한 탈피와 진정한 자아 실현에 대한 촉구 였습니다. 반면 연금술사에서는 꿈과 이상 그리고 판타지적이고 좀더 거대한, 인생 전체를 염두해 두는 듯한 자아 실현의 과정이었다면,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에서는 그것을 하루하루 혹은 매 순간순간으로 끌어내려 보다 현실적이고 리얼한 과정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를 읽고 알프레드 디 수자의 시 한구절이 생각났습니다. '살라, 오늘이 마지막인 것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