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읽고

 

 

 

문학 작품이 좋은 이유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실제로 보기는 매우 어렵고, 설령 루브르 박물관에가서 모나리자를 보게 되더라도,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서 수 많은 인파에 치여가며 겨우 잠깐동안 스치듯 지나칠 것입니다. 그러나 곁에두고 천천히 한 구절 한 구절을 음미할 수 있고, 두고두고 언제든지 다시꺼내어 곱씹을 수 있다는 점에서 문학 작품은 참 좋은 것 같습니다. 하긴 요즘은 인터넷을 통하여 모나리자를 비롯한 거의 모든 명화들을 찾아 볼 수 도 있겠지만, 그것은 진짜가 주는 감동에는 털끝 하나도 미치지 못하겟죠... 그러나 문학 작품은 비록 인쇄물 일지라도 작가의 머릿속에서 나온 알맹이는 그대로일 테니 말입니다. 아무튼 이번에 제가 읽은 책은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입니다.

 

프랑스 문단의 작은 악마

 

프랑수아즈 사강

프랑수아즈 사강의 본명은 프랑수아즈 쿠아레입니다. 사강이라는 이름은 그녀의 필명으로 마르셀 푸르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속 등장인물인 사강에게서 따온 것입니다. 그녀를 따라다니는 수 많은 단어들, 이를테면 술, 담배, 스피드 광, 도박과 약물 중독, 스캔들, 이혼, 탈세 등과 같은 다소 어둡고 음습한 수식어들 사이에서, '프랑스 문단의 작은 악마'라는 수식어는 유독 빛이 나는 듯 합니다.

 

19세에 그녀가 처음 발표한 소설 '슬픔이여 안녕'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제가 이번에 읽은 소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또한 24세에 써낸 작품이라고는 도저히 믿기힘들만큼의 완숙하고 세밀한 문체를 보여주는 작품이었습니다. 다분히 천재적이었던 그녀의 문학적 재능은, 대중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춰질 법한 그녀의 숱한 풍문들 사이에서도 그녀를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작가로 자리매김 시켰습니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 자신을 파괴할 권리가 있다'

 

두고두고 회자되는 그녀가 남긴 말 처럼이나 자유로운 삶을 살았던 사강. 마치 야생마와 같았던 그녀의 자유분방한 삶은, 다른 부분에서는 글쎄? 어떨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문학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그녀에게 귀중하고도 농후한 감성의 자양분이 되었음에 틀림없습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민음사)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줄거리

파리에서 실내장식가로 일하는 서른아홉의 은 트럭 매매를하는 부유한 사업가 로제와 5년째 연애 중 입니다. 로제에게 완전히 익숙해져 앞으로 다른 누구도 사랑할 수 없으리라 생각하는 폴과 달리, 구속을 싫어하는 로제는 마음이 내킬 때만 폴을 만나며, 다른 젊고 아름다운 여자들과 하룻밤을 보내는 것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서로에게 불문율처럼 자리잡은 자유로운 사생활은 사실 로제에게만 유용할 뿐, 그렇다고 자신이 로제가 그토록 싫어하는 악착스럽고 독점욕강한 여자가 되었음을 내색조차 할 수없이, 서로에게 쿨한 연인인척 해야하는 폴은 점점 지쳐가고 마음속의 고독만이 깊어집니다.

 

어느날 일을 의뢰한 미국인, 반 덴 베시 부인의 집을 방문한 폴은, 부인의 아들이자 지나치도록 잘생긴 스물다섯 청년 시몽과 조우합니다. 한편 폴을 처음 본 시몽은 첫눈에 그녀에게 반하게 되고, 14살의 나이 차이 그리고 그녀에게 로제라는 연인이 있음을 알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줍지만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펼칩니다. 로제와의 관계에 지쳐있던 폴. 폴은 방랑적이고 무심한 연인 로제에게서는 느낄 수 없었던, 오로지 자신만을 향한 적극적인 애정을 쏟아내는 시몽에게 점점 끌리게 되지만, 시몽과 가까워질 수록 한편으로는 불안감에 휩싸이게 됩니다...

 


사랑, 그 난해하고도 모호한 감정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사강이 24세라는 약관의 나이에 발표한 소설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의 완숙함과 노련함을 보이는 작품이었습니다. 특히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연결된 주인공 세 남녀의 심리에 대한, 마치 정물화를 그리는 것과 같은 세밀한 심리묘사는 이 작품의 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른 아홉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의 주인공 , 사랑때문에 울고 웃었던 지난날들, 이제 더이상 새로운 시도나 설레임 보다는 안정적으로 정착하길 원하는 그녀. 그렇다고 구속을 싫어하는 자유분방한 연인에게 내색조차 할 수 없어 홀로 지쳐가는 고독한 여인. 그런 그녀앞에 혜성처럼 등장한, 다시는 맛볼 수 없을 줄로만 알았던 신선한 설레임. 끌리는 마음 속에서도 나이 혹은 주변의 시선등 과 같은 현실적인 것들과 완전히 결별하지 못하고 고뇌하는 여인...

 

한편 로제는 오래된 연인 폴을 사랑하지만, 구속되거나 어딘가에 정착하기 보다는 자유분방한 삶을 즐기는 호탕한 남자. 마음이 내킬 때만 연인을 만나고, 일을 핑계로 다른 젊은 여자와의 하룻밤의 즐거움을 찾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익숙함에 속아 사랑하는 연인을 놓치게 될 위기에 처하자, 그제서야 연인에대한 소중한을 느끼게되는 어리석은 남자.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신의 가슴을 뛰게할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찾아 헤메이는 왠지 쓸쓸한 남자...

 

시몽은 또 어떠한가? 사랑 앞에 눈이 멀어버린 겁없는 청년. 많은 나이차이, 연인이 있음에도 아랑곳 하지않고 사랑하는 여자 때문에 일 조차 나가지 않는 남자. 마치 불 빛을 향해 몸을 던지는 나방과 같은 그의 모습은, 현실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감정에만 충실한 철부지 혹은 순수함이다. 스물다섯의 불같은 청년은 사랑때문에 하늘을 나는 듯한 기분을 느끼기도하고, 지옥과 같은 고통을 맛보기도 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연결된 세 남녀의 심리와 변화에 대한 놀라우리만치 섬세한 포착은, 이 소설을 B급 로맨스물과 뛰어난 문학작품 사이의 줄다리기에서 한 끗 차이로 , 그렇지만 언제나 뛰어난 문학작품 쪽으로 손을 들어줄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인상적인 제목인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왜 베토벤이나 모차르트가 아닌 '브람스' 일까? 라는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듭니다. 그러나 작품 속의 시몽과 같이, 14살 연상의 여인, 그리고 스승 슈만의 아내인 클라라를 흡모했던 요하네스 브람스의 러브스토리를 알게된다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제목은 모차르트나 혹은 베토벤을 좋아하세요 보다 훨씬 더 깊은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사강은 이 작품의 제목이 물음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점 세 개로 이루어진 말줄임표로 끝나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적이 있습니다. 작품 속에서 시몽은 흡모하는 여인 폴에게 데이트를 신청하는 편지를 통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그자체 외에는 별 뜻 없어보이는 물음. 그러나 폴은 자꾸만 되뇌입니다. 그것은 아마도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었을 것입니다. 마치 내가 브람스를 좋아했던가?... 와 같은 자신의 진짜 속마음에 던지는 물음, 잊고 지내왔던 자신을 일깨우는 물음이었던 것입니다. 또한 그것은 자기 자신조차 본인의 속마음을 알지 못해 갈팡질팡하는 수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을 법한 물음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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