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의 '나는 고작, 서른이다'를 읽고

 

 

 

서른을 코앞에 둔 시점에 저에게 힘이 되어줄 것 만 같은 제목의 책을 발견하였기에 읽어본 책 입니다라고 이 책을 소개하고 싶지만, 사실 그렇진 않습니다. 서른이라는 나이를 코앞에 둔 것은 맞지만, 사실 전혀 실감이 나진 않기 때문입니다. 마치 나는 항상 이십대일 것 만 같은 막연한 착각 속에서 살고 있는 듯 합니다. 그것은 아마도 현실도피 일지도 모릅니다. 솔직한 심정은 이십대를 벗어나는 것이 미치도록 싫고도 두렵기 때문에... 깊게 생각하지 않으려는 것인지도 모르죠. 단지 재미있어 보여서 골라잡았던 책을 통해서 서른이라는 나이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었고, 또한 힘을 얻기도 한 것 같습니다. 제가 이번에 읽은 책은 정주영의 '나는 고작, 서른이다' 입니다.

 

50kg을 감량한 저자 정주영

 

다이어트를 자극하기위해서 올린 것은 아니지만, 묘하게 자극되는 위의 사진은 바로 책의 저자 정주영님 입니다. 그는 어린시절 대기업을 지적한 글로 포털 사이트를 뜨겁게 달구었으나, 뚱뚱한 외모가 노출되어 악성 댓글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이후 까만콩을 통한 다이어트로 무려 50kg을 감량한 정주영, 자신의 경험을 살려 집필한 다이어트 책 '3개월에 12kg 빼주는 살잡이 까망콩'은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그는 수많은 TV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이십대 일반인 중 가장 많은 방송 출연이라는 기록을 세우기도했습니다.

 

이렇듯 파란만장한 이십대를 보넨 그의 꿈은 글을 쓰는 작가도, 다이어트 코치도 그리고 방송인도 아니라고 합니다. 이제 서른이된 그는 다소 생뚱맞게도 어린 시절의 꿈인 작곡가가 되기위해 5년째 매진하고 있습니다. 화려한 스펙도, 번듯한 직장도 없이 심지어 부모님의 집에서 얹혀사는, 스스로를 서른살 찌질이 대표라고 부르는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꿔야하는 이유를 이 책에 고스란히 담아냈습니다.

 

나는 고작, 서른이다 - 정주영 지음(프롬북스)

 

솔직 담백한 필체로 담아낸 에세이들이 재미가 있어 술술 잘 읽혀졌습니다. 조금이라도 지루한 감을 느낄까 싶으면 등장하는 유쾌한 일러스트와 적절하게 사용된 애교 수준의 비속어들은 글의 격을 저하시켰다기보다는, 날 것 그대로의 싱싱함을 느끼게 하였습니다. 마치 SNS에 올라온 글을 읽는 듯 한 편안함 이었는데, 저자 역시 기름기를 빼고 진정성을 더하기 위하여 노력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책에는 스스로를 340만, 그러니까 만 27세부터 31세까지 대한민국 남녀 인구 중에서 대표 찌질이라고 자부?하는 저자가 자신의 찌질함을 폭로하는 글들과 더불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3집을 내고 4집을 준비하고 있는 무명가수의 이야기,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이 영화를 만드는 이야기 등 보통 세간의 시선으로 본다면 승산없고, 부질없어 보이는 도전을 하고있는 사람들의 고군분투를 담고 있는 듯 합니다.

 

그들의 모습은 확실히 화려하거나 엄청나진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왜인지 모르게 그들의 이야기는 감동적이고 또 힘이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결코 그것은 나보다 못한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안도하는 그런 약은 위안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꿈을 향해 도전하는 사람에게서 느낄 수 있는 순수한 아름다움이었습니다. 잘난 사람이건 못난 사람이건 그 누구라도 무엇인가에 열정을 쏟아내고 도전하는 모습은 분명 멋진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본인들이 행복하다는 것이죠.

 


아무도 알아주는 이 없어도 포기하지 않고 앨범을 냈던 가수 G.ONE의 3집앨범은 어느날 소리바다의 30위권에 진입하였습니다. 스스로도 자신의 순위 뒤에 아이유가 있다며 감격에 겨워했습니다. 단 이틀동안 이었지만 말입니다. 영화를 찍기위해 스태프를 모았지만, 감독을 마주하고 지원자 7명중 6명이 줄행랑을 쳤던 시각장애인 임덕윤 감독의 영화 <조금 불편한 그다지 불행하지 않은 0.43>은 제10회 장애인 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제목 속 0.43은 아직 자신이 영화에서 하고싶은 이야기를 43% 밖에 하지 못했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340만 대표 찌질이인 저자 정주영, 어린 시절의 꿈인 작곡을 포기하지 않고있는 그는 어느날 전문 작곡가에게서 곡이 괜찮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이렇듯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해나가다 보면, 쥐 구멍에도 볕들날이 있다는 그 말처럼 언젠가 좋은 날이 올 것 입니다. 그것이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그 어떤 삽질처럼 보일지몰라도 말입니다.

 

찌질이의 고군분투, 그와 더불어 세상이 팍팍하고 삭막하다고해서 자신 역시 똑같이 그렇게 되지 않고자 노력하는, 그러니까 인간애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저자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던 책 이었습니다. 끝으로 저자는 아마도 이런 말을 하고싶었던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우리 돈없이는 살아도 꿈없이는 살지 말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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