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참 신비한 능력을 하나 가지고 있다. 그것은 아무리 게으른 사람이라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게 만드는 능력이다. 그것은 결국 세로운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설레임이 만들어내는 힘인 것이다. 전날 밤, 밤이 늦도록 도톤보리를 돌아다니고 몸이 천근만근이었을 나를, 아침 일찍 기상시킨 힘도 바로 이것 이었다. 일본 여행의 3일차, 여행의 막바지이기 때문에 슬슬 귀국 걱정이 들기 시작한다. 나를 괴롭히는 회사, 무미건조한 일상... 그런 것 들과 다시 마주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백일휴가 복귀를 앞둔 이등병의 심정과 꼭 같다. 그러나 아직 하루가 남아있었다. 아침일찍 우메다의 숙소를 나선 내가 향한 곳은 바로 오사카의 랜드마크인 '오사카성'이다.
나서기 전 셀카 한 컷!
셀카까지 한 컷 찍은 후, 나는 숙소를 나선다. 오사카성으로 가는 방법이 가물가물하다. 확실한 것은 지하철을 타고 '타니마치욘초메역'으로 갔다는 것이다.
오사카 성의 외벽이 보인다.
오사카성 바깥 해자(소토보리)
해자(垓子) : 성곽이나 고분의 둘레를 감싼 도랑
해자(垓子)로 둘러싸인 오사카성
누가 보아도 오사카성으로 보이는 곳이 눈앞에 드러난다. 나무들과 물이 어우러진 풍경이 참으로 공원다운 풍경이다. 그러나 강처럼 보이는 오사카성을 둘러싼 저 물은 사실 적들의 침입을 막기 위한 용도였다. 성곽의 둘레를 감싼 도랑, 이런것 들을 해자(垓子)라고 부르는데 자연의 도랑을 이용한 것도 있고 인위적으로 만든 것도 있다. 오사카성의 해자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과거에 적들의 침입을 가장 일선에서 막아내던 이 인공 호수는, 이제 침입자들에게 마음을 열었다. 해자는 과거 오사카성이 '요새'라고 불리는 데에 한 몫을 하였고, 현재에는 '사적공원'으로 불리는 데에 크게 한 몫을하고 있다.
오사카 성으로 향하는 넓은 길.
성 안으로 들어가는 탁트인 길이 보인다. 과거에 말이 달리고, 병사들이 줄을지어 이동했을 이 길을 지금은 여행자인 내가 걸어간다. 기분이 묘하다.
이중 해자로 둘러싸인 오사카성
오사카성 안쪽 해자(우치보리)
소토보리(外堀)와 우토보리(內堀)
오사카성은 아직도 저 멀리서 나를 내려다 본다. 마치 자기에게 이르는 길이 그리 쉬운 줄 알았더냐라고 말하는 것 같다. 물을 지나서 왔는데 또다시 물이 나를 반겨준다. 물이 오사카성을 두겹으로 감싸고 있다. 이중 해자인 것이다. 지금 내가 여유롭게 거닐고 있는 이곳이 당시에는 피튀기는 전투의 '장'이었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오사카성의 천수각을 비롯한 대부분은 소실되었지만, 성벽과 해자는 남아서 요새의 견고함과 규모를 과시하고 있다. 오사카성은 3년동안 무려 10만명의 인원이 동원되어 지어졌다. 성의 규모와 치밀한 구조는 성을 축성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막강한권력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언제나 적의 침입을 걱정해야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불안한 마음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천하를 호령했던 사나이는 사실 마음 편히 발뻗고 자기가 힘들었던 모양이다.
오사카성을 둘러싸고 있는 이중의 해자 중 바깥 해자를 소토보리(外堀)라고 부르고, 안쪽 해자를 우치보리(內堀)라고 부른다. 해자는 오사카성을 구경하러 가면 가장먼저 만나게 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잠시동안의 여유를 느끼게 해주는데에 그치고만다. 그러나 오사카성의 이중 해자는 매우 의미롭고 흥미있는 구조물이 아닐 수 없다.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해자는 오사카성의 또다른 매력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오사카성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으로 이어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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