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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를 보다

우물쭈물 하지마! - 요네하라 히데유키

by 코믹디언 2016.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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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쭈물 하지마! - 요네하라 히데유키



 

표지만 봐도 반가운 만화책이 있다. 그만큼 좋아한다는 뜻이다. 중학생 때 부터 나는 만화광이었다. 사실 그시절에 내가 가장 재미있게 봤던 만화는 오다 에이치로의 '원피스'도 아니었고, 후지사와 토루의 '상남 2인조'도 아니었다. 키시모토 마사시의 '나루토'는 내가 조금 좋아하긴 했었다. 그러나 가장 '내 스타일이다!'라고 느꼈던 만화는 요네하라 히데유키의 만화였다.


만화가 요네하라 히데유키(YONEHRA Hideyuki) 1967년생

 

성실한 작가 요네하라 히데유키

만화가 요네하라 히데유키는 1967에 태어났고, 도쿄 출신이다. 일본 디자인 전문학교를 졸업하고, 1989년에 <SPRINGS>라는 작품으로 영 챔피언 코믹 대상을 수상하며 만화계에 데뷔했다. 이후 주로 '주간 소년 챔피언'에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대표작은 <우물쭈물 하지마!(21권 완결)> 와 <풀어헤드 코코(29+1권 완결)>, <다이몬즈(13권 완결)> 등이 있다. 특히 '다이몬즈' 라는 작품은, 일본에서 만화의 신(神)이라 불리는 데츠카 오사무의 '철의 선율'이라는 작품을 리메이크 한 것으로 유명하다. 국내에 정발된 가장 최신작은 전국시대를 배경으로한 활극 <바람처럼(3권 완결)>인데 크게 인기를 끌진 못했다.


일본 만화계에서 요네하라 히데유키는 전설적인 존재까지는 아니더라도 '거장' 정도의 수식어는 충분히 따를 것 같다. 대표작인 '우물쭈물 하지마!' 와 '풀어헤드 코코'는 공교롭게도 그의 작품들 중에서는 가장 장편의 두 작품이다. 이 두 작품에 모든 열정을 쏟아버린 탓인지 모르겟지만, 이후로는 20권을 넘어가는 장편 만화는 더이상 선보이지 않았다. 그대신 적당한 분량의 작품들을 지속적으로 연재하고 있다. 그러나 만화에서 예전만큼의 힘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도 데뷔이래로 연재중에 휴재가 없고, 연재가 끝나면 다음 연재까지의 텀도 짧아서 팬들을 기다리게 만들지 않는 작가라는 수식어는 그의 훌륭한 장점이다. 한번도 만화를 흐지부지하게 방치한 적이 없고, 미흡하더라도 어떤식으로든 결말을 짓는 모습에서 책임감이 강한 작가라는 느낌이 든다. 바람직한 모습이다. 국내에서는 요네하라 히데유키라는 이름까지는 잘 모르더라도 그의 만화와 그림체를 좋아하는 팬들이 많다. 나도 그 중 한명이다.

 

우물쭈물 하지마!(크레이지보이) 21권 완결


'우물쭈물 하지마!' 혹은 '크레이지보이'

우물쭈물 하지마!는 1992년부터 1996년까지 '주간 소년 챔피언'에 연재되었다. 어중이떠중이를 제외하고 요네하라 히데유키의 대표적인 두 작품 중의 하나이다. 아마도 사람들 사이에서는 '풀어헤드 코코'가 입에 더 많이 오르내리는 듯 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 '우물쭈물 하지마!'가 그의 만화 중에서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라고 생각한다. 이 만화를 다본 후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여운을 '풀어헤드 코코'를 보며 달래는 것이 옳다. 우리나라에서는 해적판의 제목 '크레이지보이'로도 유명한 작품이다. 2001년부터 '시공사'에서 '우물쭈물 하지마!'라는 제목으로 정식한국어판이 출간되었다.

 

아무튼 이 만화는 전형적인 '학원물'이다. 주인공 시마다 아키아카기 나오미는 상남 2인조의 영길용이 콤비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 덤앤더머이다. 아마 영길과 용이 콤비와 싸움을 붙여도 쉽게 결판이 나진 않을 것 같다. 만화는 오우기 고교에 입학한 아키와 나오미 콤비의 파란만장한 고교생활을 그려낸다.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여자 꼬실 궁리만 하던 아키와 나오미는 얼떨결에 오우기 고교를 접수!?해버린다. 이후 마치 돌풍의 핵이 되어버린 아키와 나오미는 점점더 큰 싸움에 말려들게 되는데...

 

'우물쭈물 하지마!'의 일본 표지

 

만화는 아키와 나오미를 중심으로한 오우기 고교 멤버들이 점점더 강한 상대를 쓰러뜨리는, 전형적인 소년 만화의 포메이션을 취한다. 옛날 만화 답게 올드한 구성이지만, 구관이 명관이라고 했던가? 소년 만화 만큼 흥미진진한 것도 없다. 그리고 이 만화는 소년 만화의 묘미를 정말 잘 살린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식상하다하여도 재미만 있다면 할 말은 없는 것이다.

 

희안하게도 아키와 나오미를 거쳐간 상대들은 줄줄이 그들의 동료가 된다. 점점더 강한 상대와 마주하는 스토리 속에서도 작가는 지나간 캐릭터들을 살뜰하게 챙긴다. 예를들면 미카미 레이지(복면), 키바 요헤이(대머리) 그리고 코나미 세이시로(풍선껌)와 같은 오우기 고교 멤버들은 상대적으로 더 강하고 비중있는 캐릭터들의 등장에도 존재감을 잃지 않는다. 또한 니다이 마나부나 쿠죠 아사오 같은 캐릭터들도 아키와 나오미에게 패배한 후 잊혀져버리는 것이 아니라, 각자 어떤 역할을 맡은 구성원으로 기능한다. 이렇듯 거의 모든 캐릭터들을 끝까지 안고가는 모습에서, 캐릭터 한명 한명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느껴진다. 특히 일본도를 휘두르고 박차가 달린 부츠를 신고 다니던 시즈오카의 광견 '아마긴'은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 이다. 초반에 등장한 아마긴(아마쿠사 긴)은 후에 이야기의 가장 핵심적인 인물로 급부상 한다. 아무튼 아마긴의 그 (狂)적인 매력에 홀릭된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파란만장이라는 표현으로는 한참이나 부족한 스케일의 아키와 나오미의 고교생활은, 요즘 흔히들 사용하는 말로 '사이다'와 같은 시원함이다. 일본도를 휘두르고 총을 쏘고 또 거대 조직과 맞서 싸우는 고교생들, 그들의 이야기는 아마 현실에서는 결코 불가능할 이야기이기 때문에 일종의 대리만족 처럼 느껴진다. 또한 이처럼 죽이 잘 맞는 콤비(아키와 나오미), 그리고 끈끈한 의리로 뭉친 동료들 역시 각박한 요즘 세상에는 쉽사리 만나볼 수 없는 것이기에... 훌륭한 대리 만족일 것이다. 발간된지 20년이 넘은 만화인데도 불구하고 주인공들의 스타일이 촌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세련되 보이기 까지 한다. 패션이 돌고 돌아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아마 요네하라 히데유키 특유의 매력적인 그림체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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