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을 읽고

 

 

 

개인적으로 민음사 세계문학을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렇지만 아직 수 많은 작품들 속에서도 분량이 너무 많거나, 책이 두껍거나 혹은 몇권으로 나누어져있는 작품들을 읽는 것은 사실 좀 부담스럽고 꺼려져서 저는 비교적 얇은 책들을 골라서 읽는 편입니다. 그렇게해서 읽은 작품들이 데미안, 이방인, 호밀밭의 파수꾼 같은 것들 이었고, 이번에는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을 읽었습니다. 적당한 분량이 마음에 들기도 하였지만,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던 '다자이 오사무'라는 사람과 그의 글에 대한 궁금증도 컷습니다.

 

다자이 오사무

 

다자이 오사무

저는 책을 읽을 때 책의 표지에 있는 작가의 프로필을 반드시 읽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독후감을 작성할 때면 작가를 검색해서 그의 생애를 좀더 자세하게 들여다보곤 합니다. 이건 저의 습관이라 다른 사람에게도 그렇게 하기를 적극 권유하거나 하지는 않지만, 때론 작가의 생애를 들여다보는 것이 그의 작품을 더욱 제대로 이해하고 공감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특히 이번에 읽은 작품 '인간 실격'은 더욱 그러했습니다.

 

파격적인 내용의 소설 '인간 실격'보다도 더 충격적인 것은 작가인 다자이 오사무의 삶이었습니다. 다자이 오사무는 생애 다섯 번의 자살을 시도했습니다. 다섯 번의 자살 시도 중 세번은 연인과의 동반자살을 시도하였는데, 두번은 여자만 떠나보네고 자신은 살아 남았습니다. 1948년 그는 연인 야마자키 도미에와 다마 강 수원지에 투신합니다. 결국 다섯 번째 시도 끝에 그는 서른아홉의 나이로 생을 마감합니다.

 

자살, 음독 정사(情死), 약물 중독, 정신병원 등  다자이 오사무의 생애를 이루는 주된 키워드들은 온통 어둡고 칙칙합니다. 보통의 시선으로 본다면 당연히 파격적이고 비극적인 생애. 그러나 자살로 생을 마감하였지만, 그것이 비극적이라고 말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다섯 번이나 시도 하였으니, 오히려 무척이나 갈망하던 것을 이루어 낸 것 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대체 무엇이 그토록 그로하여금 죽음을 향하게 만들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인간실격은 다자이 오사무 생의 마지막 작품이었습니다(완결된 작품으로서는). 이 소설은 그의 생애를 고스란히 기록한 일기는 아니지만, 그야말로 다자이 오사무의 삶이 녹아들어 있는 작품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이 소설을 통하여 다자이 오사무의 그 기구했던 삶을 어렴풋이나마 이해해보려고 합니다.

 

인간 실격 - 다자이 오사무 지음(민음사)

 

인간 실격의 구성과 줄거리

소설의 가장 처음과 마지막에는 '나'라고 설정된 화자가 서술하는 서문후기가 배치되어있고, 본격적인 소설은 주인공 요조가 쓴 세개의 수기로 구성되있습니다.

 

나는 그 사나이의 사진 석 장을 본 적이 있다- 서문에서 화자는 한 사나이의 사진 석 장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데 한장은 유년시절, 두번 째 사진은 교복차림 그리고 세번 째 사진은 나이를 짐작 할 수 없을 모습입니다. 이렇게 이상한(기묘한) 사람을 본 적이 한번도 없다- 그것은 세장의 사진을 본 화자가 내린 공통된 결론 이었습니다. 누구나 지나가는 말로라도 귀엽다고 말할 유년시절의 웃는 얼굴에서 섬뜩하고 으스스함을 느끼게 만드는 아이. 대단한 미남으로 치부될 만 한 얼굴, 능란한 미소를 짓고 있음에도 생기라고는 전혀 느낄 수 없는, 인간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표정의 청년. 그리고  얼굴에서 아무 표정 아니 인상조차 느낄 수 없는 마치 눈을 뜨고 사진을 보아도 생각나지 않을 얼굴의 사나이.

 

육교와 지하철이 재미를 위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실용적인 필요에 의해서만 만들어졌다는 것에 실망한아이, 주인공 요조는 도저히 인간의 삶을 이해할 수 없었고 인간이 너무도 두려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단념할 수 없었던 요조는 '익살꾼'으로의 삶을 자처합니다. 거짓으로 살아가는 것 혹은 마음에도 없는 행동, 예를 들자면 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원하지도 않는 선물을 사달라고 한다거나,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기 위해 부러 우스꽝 스러운 행동을 해대는 것 입니다. 익살, 그것은 인간에 대한 요조의 최후의 구애였던 것 입니다. 인간에 대한 불신, 어린나이에 하녀와 머슴들한테 서글픈 일? 을 당하고도 부모님에게 조차 일러바치지 못했던 이유는 어머니와 아버지 조차도 전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인간들의 세계에 동화되기 위하여 노력하지만 번번히 좌절하고, 그나마 조금 인간에 대한 두려움을 잊게 해주는 술, 담배, 창녀 혹은 여자들에 의지한체 간신히 전전하던 요조의 삶. 그 삶 마저도 여의치 않았는지 연인과의 음독 정사(情死)를 시도하지만, 여자만 떠나보네고 자신은 살아남습니다. 거듭된 자살시도와 약물 중독, 마지막 희망이었던 본가로부터도 절연당한 그는 외딴 시골집에서 쓸쓸히 죽음만을 기다리는 인간 실격자가 되고 맙니다.


 

동화되지 못한 한 인간의 패배의 기록

구구절절 써내려 갔으나 결국 소설 '인간 실격'은 인간들의 세계에 동화되지 못한 주인공이 파멸해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인간 실격을 읽고 주인공 요조가 인간들 사이에서 동화되지 못하고 겉도는 모습은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 홀든을 연상하게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그것은 순수함에 대한 갈망이었습니다. 그러나 호밀밭의 파수꾼의 경우 주인공의 담대한 포부를 밝히며 다소 희망적으로 귀결되었다면, 인간 실격의 주인공 요조는 위선적인 세상에 대한 적극적인 항변이나 소망 조차 없이 무저항으로 받아들이며 결국 파멸의 길을 걸었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설의 주인공 요조 혹은 작가인 다자이 오사무와 같은 삶을 살아가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소설속 주인공과 같은 파격적인 삶을 경험하지 않았더라도 인간 실격이란 소설에 공감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흔히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이다'라고 말하듯, 근본적으로 모두가 사람에 대한 두려움과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가지고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혹은 자신 스스로가 위선적인 모습의 당사자가 되기도 하는 것이죠.

 

소설 인간 실격은 나약한 한 인간의 파멸의 과정을 심도있게 그려낸 것 뿐만아니라, 인간 세계의 위선적인 모습을 드러냄에 있어서도 훌륭했습니다.

 

소설의 주인공 요조 혹은 작가 다자이 오사무는, 눈 한번 질끈 감고 수긍해버리는 우리들과 달리 결국 끝내 섞이지 못 한 것입니다. 마치 아무리 흔들어도 절대 섞일 수 없는 물과 기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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