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에세이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

by 코믹디언 2015. 5. 19.
300x250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

 

 

 

좋은 명언을 찾아내거나, 외우고 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명언이라 불리는 말들에서 깊은 공감을 느끼게 되는 경우는 종종 있는 것 같다. 그 유명한 찰리 채플린은 이런말을 남겼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사실 어렸을 때는 그 말의 뜻 정도는 알아들었겠지만, 깊은 공감을 하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야 비로소 그 말이 참으로 명언이구나 하는 것을 실감하고, 또한 그 말 속에 담긴 삶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느끼게 되는 바이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 찰리 채플린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에 공감하게 되었던 계기가 있었다. 얼마전에 연인과 함께 울산광역시 울주군에 위치한 석남사로 봄나들이를 간 적이 있다. 석남사는 사찰 뿐아니라 계곡이 좋기로도 유명하고 또한 뒤로는 영남알프스라 불리는 신불산이 떡하고 서있으니 그야말로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 석남사에 대해서 그리 잘 아는 처지는 아니기 때문에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더라도 그야말로 산책하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 임에는 틀림없다. 마침 그날은 날씨도 매우 좋아, 완연한 봄을 느끼며 연인과 함께 울창한 숲속을 산책하였으니 근사하기 짝이없었다. 이상적이다라고나 할까? 정말이지 그것은 희극이었다.


 

그러나 실상은 이러했다. 석남사로 향하는 산책로는 정말이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매우 화창한 봄 날씨였던 것 도 사실이다. 봄날의 배반이었다. 그 완연한 봄 날씨라는 것은 결국 삐질삐질 땀이나게 만들어서, 옷가지를 벗게 만들었으니 그것을 손에 들고다니기가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었다. 화창한 봄날에 숲속을 걸으니 눈앞에 초파리 같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벌레가 끊임없이 아른거렸다. 손으로 아무리 훌쳐내어도 떠나지지가 않았다. 계곡이 보이는 바위에 앉아서 마치 신선놀음이라도 하듯 김밥을 먹기로 하였으나 실상은 역시 날파리인지 초파리인지를 쫒아내기에 바빴다.

 

화창한 봄날에 숲속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고 왔다고 믿었으리라, 그러나 실상은 미세먼지인지 꽃가루인지가 매우 많았던가 보다. 집에 돌아오니 하루 종일 눈이 따가웠다. 그날의 봄나들이는 희극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비극에 더 가까웠는지도 모른다.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나 자신과 다른사람을 비교하고 부러워하곤 한다. 남의 떡이 커보인다라는 속담처럼 다른 사람은 아무런 문제도 걱정도 없이 그저 순탄한 길을 가고 있는 것처럼만 느껴진다. 그러나 그렇게 멀리서 지켜보는 희극의 당사자들 역시 인생이라는 비극 속에서 고분군투하고 있다는 것을 새삶 깨닫게 된다.

 

그러나 멀리서 보이는 희극은 사실은 비극이니 더이상 부러워하거나 갈망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것은 어쩌면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손씻기가 사실은 신종플루를 예방하는데 별다른 도움을 주지는 못함에도, 사람들이 열심히 손을 씻었던 이유와도 비슷하다고나 할까? 우리는 차라리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냉혹한 현실 보다는, 허항되더라도 무언가 할 수 있다는 믿음 혹은 희망이 더 필요한 것이다.

 

 

 

 

 

300x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