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 앨봄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읽고  

 

 

 

매우 익숙한 표지와 익숙한 제목의 책을 읽었습니다. 누구나 알고 있을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라는 책입니다. 과거에 한번쯤 읽어봤던 것 같지만, 책의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죽음을 앞둔 스승과 그의 제자가 나누는 마지막 대화라는 대략적인 스토리를 알고 있는 것을 책을 읽어 본 것처럼 착각했는지도 모릅니다. 좋은 책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에 잠들어 있던 독서 의욕이 불타올랐습니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 미치 앨봄 지음(세종서적)

 

모리 슈워츠 교수와 루게릭병

모리 슈워츠 교수는 브랜다이스 대학에서 평생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그는 훌륭한 저서를 몇권이나 낸 유명한 사회학 박사였지만 누구보다 소탈했고, 담소를 나누는 것과 재치있는 농담을 하는 것을 즐겼으며 음식을 먹는 것을 좋아하고, 특히 춤을 추는 것을 매우 좋아했습니다.

 

모리 교수님에게 사형선고가 내려진 것은1994년 여름이었습니다. 교수님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것은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이라는 병으로 우리에게는 루게릭이란 이름으로 더욱 잘 알려진 병입니다. 최근 유명인들 사이에서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퍼포먼스가 유행처럼 번졌습니다. 논란이 많았지만, 시작은 루게릭병 환자들에 대한 기부금 모금과, 기부할 여건이 되지 않는 사람들은 그들의 고통을 함께한다는 좋은 취지였습니다. 어찌되었든 간에 '아이스 버킷 첼린지'라는 이 이벤트는 루게릭병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성공했습니다.

 

모든 병에는 저마다의 고통이 따르겟지만, 루게릭이란 병은 참 무서운 병입니다. 루게릭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이 그들의 고통을 완벽하게 이해하기란 지극히 당연히도 불가능합니다. 그러므로 저는 다만 이책에 나온 루게릭 병에 대한 그럴듯한 설명을 보고 어려풋이 짐작해 볼 뿐입니다.

 

하지만 완벽하게 말짱한 정신은 무기력한 몸 속에 갇히게 된다. 몸으로는 그저 눈을 깜빡이거나 혀를 빼물 수 있을 뿐이어서, 공상과학영화에 나오는 냉동인간처럼 냉동되어 자시 살 속에 갇히는 꼴이 된다.

 

모리 교수님은 바로 그런 병에 걸렸습니다.

 

모리 교수님의 안경을 고쳐씌워드리는 제자 미치

 

모리와 미치

1979년 브랜다이스 대학의 졸업식, 미치는 가장 좋아했던 모리 교수님께 선생님의 이름을 새긴 가죽 서류 가방을 선물하며 잊지 않기를 다짐합니다. 그 후로 미치가 모리 교수님을 다시 찾은 것은 무려 16년 후의 일이었습니다. 텔레비전의 어느 프로그램을 통해 모리 교수님이 루게릭병으로 죽어간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자 미치 앨봄 뿐만아니라 우리들 역시 우리의 스승과 아름다운 이별을 그리고 다시 만날 약속을 하지만 스승을 다시 찾아가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것은 미치나 우리가 스승을 더이상 존경하거나 그리워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치열하게 살아가는 우리의 사회가, 문화가 혹은 우리의 하루하루가 그렇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노은사의 마지막 강의

책의 제목처럼 모리 교수님과 미치는 교수님이 결국 루게릭병에 완전히 정복당할 때 까지 매주 화요일 14번의 만남을 가졌습니다. 사실 죽음이라는 소재는 책이나 영화 그리고 드라마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소재입니다. 왜냐하면 인류는 아직 인간의 죽음이라는 소스보다 더 감동적이고 버라이어티한 소재를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 책에서 루게릭병이나 모리 교수님의 죽음 보다도 그저 단순히 모리 교수와 미치가 나눈 대화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모리 교수님의 죽음은 다른 사람들의 죽음보다 특별히 아름다웠다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그동안 인류 역사를 통틀어 죽어간 모든 사람들에 대한 실례가 아닐까? 라고 생각합니다. 모리 교수님의 죽음 역시 다른 모든 사람들의 죽음과 전혀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죽음 역시 삶의 자연스러운 한부분이라고 이 책 속에서 모리 교수님이 말한 것 처럼, 그저 자연스러운 죽음이었을 뿐입니다.

 

모리 교수와 미치의 대화가 그토록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모리 교수에게는 더이상 그 어떤 계산이나 이기심이 없는 진실함사랑만이 남아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진정성있고 가치로운 그들의 대화 혹은 그것을 기록한 이 책이 그토록 수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이유이기도 합니다.

 

모든 사람은 죽는다 라는 명제에는, 지구 역사상 단 한건의 예외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이 죽을거라고 믿는 사람은 없습니다. 끝도없이 내일이라는 시간이 주어질 것이라고 믿고 있는 우리는 종종 매우 중요한 것들을 놓치며 살아갑니다. 죽음을 앞둔 노은사와 그 제자의 대화 속에서 우리는 놓치고 있던 중요한 것들을 발견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죽을을 앞둔 사람만이 알려줄 수 있는 지혜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의 삶을 더욱 가치 있게 이끌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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